자꾸 까먹는 사람을 위해, Todoist로 할일 자동 관리하기

'나중에 해야지' 생각만 했다가, 해야 할 업무를 놓치는 일이 많다면? 내 기억력을 탓하지 말자. 할 일 관리 프로그램 Todoist를 똑똑하게 활용하면, 내 할 일을 알아서 관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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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0, 2024
자꾸 까먹는 사람을 위해, Todoist로 할일 자동 관리하기

GTD 방식의 할 일 관리를 시작하다

나는 기억력이 나쁘다. 갑작스레 새로운 할 일이 생기면 작업하던 일을 깜빡 잊고 새 일에 몰두해버리는 경우도 잦다. 해결책으로 ‘GTD(Getting Things Done)’ 방식의 업무 관리를 시작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여러 절차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할 일을 ‘죄다’ 머릿속에서 꺼내 기록하는 것이다. 업무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친구에게 돈 송금하기, 출근 전에 이어폰 챙기기 등 해야 한다고 느끼는 모든 일을 일단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의 ‘Single Source of Truth(SSOT)’를 만들기 위함이다.

Single Source of Truth

SSOT는 데이터 관리의 기본 컨셉이다. ‘단일 진실 공급원’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동일한 데이터를 여기저기 복제하거나 따로 관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고객의 나이 데이터를 표 A와 표 B에 각각 저장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 직원이 표 A의 나이 정보를 수정했는데, 표 B의 존재를 미처 모를 수도 있다. 이러면 한 고객의 나이가 표마다 다른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를 막으려면, 나이를 저장하는 유일한 장소를 지정하면 된다.

나는 할 일을 관리하는 ‘유일한’ 장소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유일한 장소에 내 투두 리스트를 통합한다면? 해야 할 일을 까먹거나, 뭔가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찾지 못하는 찜찜한 경우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흩어진 할 일 모으기

우선 내 할 일이 어디에 저장돼 있었는지 정리했다.

  • 오늘 할 업무 리스트는 매일 아침, 슬랙 메신저의 데일리 스크럼 채널에 업로드한다.

  • 회의나 미팅은 구글 캘린더에서 관리한다.

  • 언젠가 해야 할 일이지만 당장 하긴 어렵다면 포스트잇에 써서 모니터 옆에 붙인다.

  • 업무 외의 사적인 일이나 사소한 작업들은 그냥 머릿속에 기억해 둔다.

이렇게 할 일이 흩어져 있으니 찾기 어려운 건 당연했다. 이 모든 걸 한 데 모을 장소가 필요했다. 나는 Todoist라는 앱을 선택했다.

워낙 유명한 앱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내가 이 앱을 선택한 이유는 글로벌 단축키 지원이 가장 컸다.

글로벌 단축키는 언제 어디서든 동작하는 단축키를 말한다. 글로벌 단축키 Alt+Tab을 누르면 실행 중인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화면이 전환된다. Todoist 역시 실행 중인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할 일 입력’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단축키를 지원한다. 심지어 내가 원하는 단축키로 변경까지 가능하다. 내 노트북에서 Shift+Space를 누르면 곧바로 할 일을 입력할 수 있다.

할 일 입력이 쉬워지니, 머릿속에만 남아 있던 사소한 할 일도 Todoist에 모으기 쉬워졌다. 모바일 앱 연동도 지원해, 언제 어디서든 할 일이 떠오른다면 Todoist에 추가하는 것이 가능했다. 할 일 목록 통합의 네 개 관문 가운데 하나가 손쉽게 해결된 것이다.

실제로 내 Todoist의 할 일 목록을 보면, 엄청나게 사소한 일들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리스트를 보면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을 달랠 수 있다.

Todoist에 할 일 밀어넣기

구글 캘린더와 Todoist 연동하기

Todoist의 꽃은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이다. 구글 캘린더는 물론, 지메일, 슬랙 등 다양한 서비스와 내 할 일 목록을 연동할 수 있다. 아래 메뉴에서 연동 가능한 서비스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설정 > 통합 > 목록

위 메뉴에서 ‘구글 캘린더’를 선택하고 인증 작업만 진행하면, 알아서 캘린더 일정을 할 일 목록에 추가해 준다. 반대로 Todoist에 추가한 할 일 역시 구글 캘린더 일정으로 자동 추가된다.

사적인 일까지 업무용 캘린더에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아래 설정을 변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경우 시간대를 지정하지 않은 할 일은 구글 캘린더에 추가하지 않는다.

설정 > 통합 > 목록 > Google Calendar > 사용자 정의

이로써 구글 캘린더 일정까지 손쉽게 Todoist로 불러왔다.

Zapier를 활용해 Slack 메시지 연동하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매일마다 오늘의 업무를 팀 슬랙의 데일리 스크럼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여기에 작성한 내용 역시 오늘 해야 할 일이니, SSOT 원칙에 따라 Todoist에도 추가해야 한다.

슬랙 메시지를 작성한 후 Todoist에서도 한 번 더 할 일을 생성하면 되지만, 이 과정은 엄청나게 귀찮다. 그리고 귀찮다는 건 유지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자동화가 필요하다!

이 때 유용한 도구가 바로 Zapier다. 클릭 몇 번과 드래그&드랍 만으로도 업무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다. 코딩 없이도 가능해 이런 서비스를 ‘노 코드 툴’이라 부른다.

재피어를 활용해 다음과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데일리 스크럼 채널에 오늘 할 일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Todoist에 할 일로 추가

실제로 아래와 같은 슬랙 메시지를 전송하면…

Todoist에 각 항목이 추가된다.

이 모든 과정에 있어 코딩은 단 한 줄도 필요하지 않았다. 유튜브에 있는 재피어 튜토리얼을 참고하면 쉽게 구현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잘러 장피엠 님의 영상을 추천한다.

‘오늘 할 업무’까지 Todoist에 통합하면서, 마지막 한 단계만 남게 되었다.

ChatGPT를 활용해 Todoist 할 일 추가하기

이제 ‘언젠가 해야 할 일’만 Todoist에 추가하면 할 일의 SSOT이 완성된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란 무엇일까? 필요하긴 하지만 우선 순위는 낮은 업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우선순위 낮은 업무가 회의 도중에 튀어 나오면, 곧바로 Shift+Space를 눌러 목록에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회의보다 메신저에서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메시지 하나일 뿐이지만, 받는 사람은 이 때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 얼마나 급한 일일까?

  •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 언제까지 답장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 빠지는 순간부터 집중력은 흐려지고 업무 효율은 낮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자동화 Flow를 구상했다.

  1. 메신저에서 우선순위 낮아 보이는 업무 요청을 받았다.

  2. 보자마자 일단 ‘검토 중’ 이모지(🚧)를 단다.

  3. 해당 내용이 자동으로 Todoist의 ‘언젠가 할 일’에 추가된다.

이렇게 설정하면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을 잠시 미룰 수 있고, 업무를 까먹고 놓칠 걱정도 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Todoist에 슬랙 메시지를 그대로 추가하면 너무 지저분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Slack 메시지를 ChatGPT가 가공해주는 과정을 한 단계 추가했다.

  1. 메신저에서 우선순위 낮아 보이는 업무 요청을 받았다.

  2. 보자마자 일단 ‘검토 중’ 이모지(🚧)를 단다.

  3. ChatGPT가 해당 메시지 내용을 살펴보고, ‘할 일’ 단위로 나눠준다.

  4. 해당 내용이 자동으로 Todoist의 ‘언젠가 할 일’ 리스트에 추가된다.

ChatGPT가 긴 메시지 속에서 ‘해야 할 일’만 추려 Todoist에 추가해 준 모습이다. 이 과정 역시 Zapier로 구현했다. ChatGPT를 연동하는 과정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역시 로그인과 클릭 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이로써 모든 할 일을 ‘자동으로’ Todoist에 통합하게 되었다.

할 일 관리 자동화를 통해 얻은 점

처음에는 할 일을 까먹고 놓치는 게 걱정되어 통합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모든 할 일을 모아서 관리하다 보니, 그보다 더 큰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우선순위 결정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 목록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보니, 일의 경중을 비교하는 게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기억력에만 의존해 할 일을 관리하고 있었다면, 상술한 툴을 활용해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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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